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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 |
지금까지 우리는 고구려 건국연대에 대해서 '삼국사기'에 전하는 그대로 기원전 37년이라고 정의해 왔다. 그러나 신채호는 1931년에 그가 쓴 불후의 역사서 '조선상고사'를 통해서 “'삼국사기'에서 말하는 고구려 역사 705년은 그 연대가 백수십년은 삭감되었다. 기원전 190년경의 수십 년 동안을 동·북부여, 고구려가 분립한 시기이며 고구려 건국연대가 늦춰진 이유는 신라의 건국이 고구려와 백제보다 뒤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두 나라를 멸망시킨 뒤에 기록상의 세대와 연조를 삭감하여 신라 건국 이후에 세워진 나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한 필자를 비롯한 남·북의 몇몇 학자들도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저술할 때 고구려가 신라보다 먼저 건국 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고구려의 건국연대를 뒤로 미루어 고구려 역사를 삭감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삭감되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연대를 추정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필자가 2018년 3월 2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RISS)에서 선행연구를 검토한 결과 학위논문으로 작성된 선행연구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고구려 건국연대’와 ‘고구려 건국’을 검색어로 입력한 결과 한문호의 「高句麗 建國年代에 대한 一考察」이라는 논문이 검색되었으나 저작자의 요청에 의해 원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았고, 김영완의 「高句麗 建國에 대한 一硏究」라는 석사학위 논문이 검색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구려의 건국연대가 앞당겨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어서 그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반해 북한 학자들은 1990년 북한의 손영종이 「고구려 건국년대에 대한 재검토」라는 논문을 '력사과학' 133호에 발표한 이래로는 일반적으로 고구려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277년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손영종 역시 “고구려 역사가 삭감된 이유는 백제와 신라가 통합된, 우리가 흔히 통일 신라라고 호칭하는, 후기신라의 역사편찬 사관들이 신라를 내세우기 위해서 고구려 역사의 머리를 깎아버린 것”이라고 했다. 즉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 역시 백제와 신라가 합쳐진 후기신라의 후손인 경주파의 거두이므로 고구려의 역사를 삭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 건국연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고구려가 신라보다 먼저 건국되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한사군과의 문제다. 만일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바와 같이 고조선이 완전히 멸망한 기원전 108년 이전에 고구려가 건국되지 않았거나, 비록 건국은 되었더라도 신생국으로 그 존재가치가 없던 것처럼 여겨지던 때라면 한사군 문제는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에서 크게 바뀔 것이 없다.
하지만 그 때 고구려가 한나라가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힘을 갖추고 그 영역이 만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고구려보다 먼저 건국된 동·북부여 역시 만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으로, 만주는 고구려와 동·북부여 삼국이 생활터전으로 삼고 지배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사군은 만주 깊숙이 발을 붙이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에도 한사군을 설치했다는 식민사관은 그 존립의 의미를 잃는다. 한사군이 만주에 깊숙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는 것은 한사군이 난하와 요하 주변의 영역에 머물렀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만주에 대한 한나라의 영향력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고구려가 문화주권을 소유하다가 그 맥을 잇는 대진국(발해)으로 문화주권이 이양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니, 만주의 영토문화에 대한 문화주권자는 우리민족, 즉 한민족(韓民族)으로 볼 수 있다.
만주의 문화주권자가 우리민족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영토분쟁지역으로 공식적인 선포를 하지는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당시 연합국에 의해 해체된 만주국 영토가 그 귀속국가에 대한 타당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귀속됨”으로 인해서 잠재적 영토분쟁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만주에 대해 “‘영토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문화영토론”을 기반으로 만주의 영토권이 우리민족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 하에 대한민국과 북한 학자들이 제시한 근거와 중국 문헌에 의해서 고구려의 건국연대를 비정(批正)해 보고자 한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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