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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한제국이 헌법과 의회를 가졌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국권을 상실할 명분을 일본에 주지 못했을 것이다. 헌법을 가진 국가는 모든 조약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과 의회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대한제국이 국권을 잃을 당시와 같이 엄중한 국제적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이렇게 중대한 시대에 국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는 국민 의사와 다르고 주권이 변질하고 왜곡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무엇보다도 헌법을 개정해 국가체제를 정비해야 할 시기에 직면해 있다.
국회는 2016년 말부터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2018년부터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헌법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청와대도 2018년 2월에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를 만들어 3월 말에 정부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 개헌안은 5월 24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소위 국회나 청와대라는 위로부터의 헌법개정 시도였다. 물론 국회나 청와대는 인터넷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개헌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가, 고위관료, 전문가 집단 및 일부 시민운동가 등이 개헌안을 주도했다. 결국 아래로부터의 헌법개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임을 단면으로 보여줬다.
아래로부터의 헌법개정은 불가능한 것인가. 개헌안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국민투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투표가 아래로부터 헌법개정의 민주적 정당화 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개헌에 대한 단순한 찬반을 국민에게 묻는 것이지 국민이 직접 내용을 작성하지 않는다. 국민투표는 위로부터 국회와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승인절차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개헌 프로세스 가운데 약 1년 반 동안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의 헌법 문제에 대해서 견해를 밝혀왔다. 나아가 개헌안에 대해서 공표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특히 지방분권을 두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정치가의 주장은 두드러졌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보면,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헌법개정을 반드시 불가능하다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고 지방정치의 새로운 틀이 짜인 상태다. 국회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권자 국민은 아래로부터의 헌법개정을 이룩해 민주적 정당성을 꾀해야 한다. 그 방안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하나는 지방을 중심으로 헌법 논의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은 헌법개정에서 거의 소외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헌법 문제를 심도 있게 토의해 각 지방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취합해 지방 합동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이 추인하지 않는 개헌안은 절대로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시민이 직접 헌법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다. 헌법학자, 관심이 있는 시민단체, 교육계, 다양한 직능단체 및 노조, 경제단체, 종교계 대표가 성별과 관계없이 한곳에 모여 개헌안의 기본 방향 및 원칙을 합의한다. 물론 현행 헌법을 바탕으로 헌법학자가 자세히 설명하고 자유로운 공개토론과 전문가 소모임을 통해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과정은 언론과 인터넷에 상세히 공개되어 국민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국회는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개헌안을 겸허히 받아들여 의결해야 새로운 헌법은 부동의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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