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의 무도라는 어휘가 등장한다. 이 무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얻은 수확은 위대하다. 우리 조상이 남긴 무도사상의 정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화랑세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이진수(2004), 《동양무도연구》 참조).
무도는 기예를 수련함으로 인해 얻어지는 정신적이고도 무도 사상적 관념적인 덕목(德目)이다. 우리가 보는 제8세 풍월주 문노(文努)야말로 이 같은 덕목을 획득한 불세출의 인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본국무도 검도를 연마한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검도의 연마가 미친 영향은 심오하다. 즉 문노는 의협의 무사였다.
도덕적으로 바르고 약자를 돕는 것이 의협이다. 가족윤리와 국가윤리에 충실한 덕장이었다. 문노는 본국무도 검도로 “부동지(不動知)”를 닦았다. 그리고 상벌에 구애되지 않는 대인(大人)이었다. 문노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사람이었다. 즉 골품, 상하의 구별 없이 국가에 공이 있는 사람을 발탁했다.
그가 본국무도 검도를 수행한 무사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공평무사함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가정에 돌아와서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화목한 무사였다. 제자 사다함이 우애가 깊어 무관랑과의 약속을 굳게 지킨 것도 문노에게서 본국무도 검도를 수행한 크나큰 영향이라 판단된다. 그는 사기의 종주로 추앙 받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 힘은 그의 본국무도 검도에서부터 나온 것으로 신체본능의 원천이다.
그의 제자 화랑도들은 본국무도 검도, 역사, 도의, 노래, 춤, 피리 등을 배워 전인으로서의 길을 닦아나가면서 신체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추구한 독특한 청년 무사단이었다. 또한 화랑도들은 지조가 곧고 인격이 결백하고 기품이 높았다. 사다함은 나이 12살에 문노를 지극히 따랐는데 격검에 능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존중했던 화랑도였다. 제11세 풍월주 하종은 15살에 화랑에 들어가 역사를 토함공에게, 노래를 이화공에게, 본국무도 검도를 문노에게, 춤을 미생공에게 배워 모두 그 정수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화랑들은 전인(全人)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화랑도들은 역사상 조상의 위대한 인물들을 존숭하고 있었고 그들을 신으로 받들고 있었는데 기록이 다음과 같이 보인다. 제12세 풍월주 보리에게 숙명공주가 ‘나의 아버지 태종각간은 곧 너의 할아버지이다. 하늘에 다시없고 땅에도 다시없는 영웅이다. 너는 마땅히 신으로 받들어야 한다고’ 한 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花郞世紀》, 吾父苔宗角干卽汝祖也 不天不地之大英雄也 汝宜奉之爲神).
특히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제18세 풍월주 춘추는 커다란 뜻이 있었고 말이 적었으며, 행동에는 법도가 있었다. 또 제20세 풍월주 선품은 용모가 절묘하고 언행이 매우 아름다웠다. 문장을 좋아하고 선불(仙佛)에 통달했다. 이 같이 대부분의 풍월주들은 신체의 아름다움은 물론이지만, 그에 걸 맞는 덕성을 쌓아 신라정신의 선도자가 됐다.
그렇다면 화랑정신이 어떻게 성립되었는가!
화랑세기에서 격검, 무도, 검도 문헌이 보인다. 화랑의 무리들은 무도와 선도를 닦았다. 본국무도를 연마함으로서 자신을 지켰으며 전쟁에 참가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에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선도(仙道)는 가무가 포함되는 일종의 제사를 집행하는 학문이었다. 화랑정신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문노’는 격검으로 인격을 닦았다.
그에게서 본국무도 검도를 배운 화랑들에 의해 삼국통일의 기틀이 다져졌다. 이 화랑도는 화랑들의 모든 신체기법의 초석이 됐다. 제례의 경건함을 체득하는 것이 화랑정신을 획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 경건함을 바탕으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친구와는 믿음으로 사귄다는 ‘화랑정신’이 태어난 것이다. 우리 역시 현시대의 무도에서 폭력적 용감성에 앞서 그들과 같이 신체의 경건성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본국무도 수행을 통해 신체기법의 경건성을 체득할 것이다.
학검사상(學劒思想)은 본국무도를 배우려는 마음이요, 배운 몸이다, 본국무도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지키고 벗을 신의로 지키고 나아가 국가를 지키려는 상무정신의 근본이다. 화랑세기에서 격검으로 가장 이름이 높은 화랑은 앞서 언급한 ‘문노’였다. 이진수와 이종욱은 이 문노가 신라 화랑정신의 전형이라 높이 평가하여 이를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교육도 과거 화랑들이 행했던 신체 무도교육이 있어야지 않겠는가! 모든 것은 “지덕체(智德體)”가 담긴 무도교육에서 인제양성이 시작된다. 이것 동서양의 교육에서 절대 진리이다. 무도는 이 모든 면을 담고 있다. 송일훈 박사 (동아시아 무예전쟁사·문화교류정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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