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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
그동안 국민주권과 관련한 인민주권, 의회주권, 헌법재정권력, 모나르코마키, 군주주권 등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헌법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또 헌법개정에서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까. 앞으로 주권자인 우리들은 이 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헌법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제2항)”라는 선언적 규정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주권은 우리 공동체 사회생활 곳곳에서 실제로 반영돼야 국민이 살맛이 난다.
그렇다면 헌법에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구체화해야 하는가.
먼저 군주주권 또는 국가주권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다. 군주주권의 잔재는 바로 교육(제31조), 납세(제38조), 병역(제39조) 세 가지 의무와 대통령의 계엄권(제77조)이 대표적이다. 이런 조항은 선진국 헌법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이들 규정은 메이지헌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민 3대 의무는 국가라는 이름 아래서 국민을 옥죄고 권위주의식 국가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교육의무는 교육의 자유와 권리로 충분하다.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교육하는 것은 전체주의나 군국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다. 또한, 납세의 권리로, 병역의 권리로 바꿔야 한다. 이것들은 국민의 권리로써 풀어가야 국민주권이 묘미를 발휘한다.
대통령의 계엄권은 우리 헌정사에서 군대가 정치에 개입해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훼손한 사례 밖에 없다. 남북분단으로 반드시 계엄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6.25사변) 때도 계엄령은 없었다. 정부가 국민주권을 정지하고 탄압하던 시기에 선포된 암울한 군국주의 유산으로 계엄령은 헌법에서 없어져야 할 규정이다.
다음으로 1987년 헌법개정 시 삭제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다. 해산되지 않는 국회는 국민 의사와 반대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국민대표가 되었다. 원래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은 군사독재 정권의 도구가 되었던 것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1987년 헌법개정에서 국회해산권을 없애서 대통령의 권한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산이 없는 국회는 국민주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국회운영을 거침없이 이어간다. 2016년 12월 대통령탄핵 의결 이후에 국회는 마땅히 해산해야 했었다. 대통령탄핵이 국민의사였다면 국회도 해산하고 새로이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했었다. 해산하지 못한 국회는 헌법개정에 실패하고, 밀실예산과 유치원 관련법 개정 등 안하무인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대표인 국회가 국민주권을 스스로 깔아뭉개고 있다.
그 이유는 해산이 없는 국회와 그 선거제도에 있다. 지금 국회는 선거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마침내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실질적 개혁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선거법 개정은 현역 의원의 자리를 위협하므로 쉽사리 이룰 수 없다. 아무리 국민 여론이 나빠도 국회가 혁명에 준한 상황이 아닌 이상 선거법 개정은 몹시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아무리 좋은 선거제도라도 자신들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것이 국회의원이다. 사표가 없도록 국민의 정확한 의사를 반영하는 명분은 그냥 국회의원 자신에게 불리하면 무시한다.
더구나 국회 교섭단체도 문제가 많다. 의석수 20이상 정당이어야만 교섭단체가 되는 국회법(제33조)은 군주주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제도는 소수정당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다. 소수정당도 국민을 대표한 의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정당도 입법과 국회 운영에서 국회 교섭단체로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 다수파는 국민 전체 의사가 아니다. 하나의 의석이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주권을 실제로 구현하는 길이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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