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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6일과 7일 대전 한남대 56주년기념관에서 한국경제학회와 경제사회인문연구회의 공동주관으로 ‘자국우선주의 시대하의 한국 산업정책’ 특별 세션을 개최하고 “한국의 수출 품목 중 절반가량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라고 진단하고 “미국이나 중국·일본·독일 같은 주요 수출 경쟁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라고 강조하며, “여기에 주요국의 자국 중심 산업정책 재편과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 등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수출 대체 품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수출 시장도 다각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르고 있다.
산업연구원 양주영 경제안보·통산전략연구실장은 지난 2월 6일 열린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한국의 ‘수출 불확실성 고위 지수’ 품목 비중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44%에서 2022년 45.7%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실상 전체 수출 품목의 반절 정도가 대외 변수에 쉽게 휘둘린다는 얘기다. 내수 비중이 큰 미국(2017년 27.1%에서 2022년 기준 33.8%로 6.8%포인트↑), 중국(19.4%→17.3%로 2.1%포인트↓)은 물론 제조업 수출국인 일본(29.1%→30.4%로 1.3%포인트↑), 독일(13.6%→14.0%로 0.4%포인트↑) 등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절반가량이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 지정학적 위기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노출될 경우 불안정해질 위험이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앞세워 첨단전략산업 직접 제조에 뒤늦게 뛰어든 미국(6.8%포인트↑)을 제외하면 한국의 증가 폭(1.7%포인트↑)이 가장 컸다. 고위험 품목 비중이 낮아진 중국(2.1%포인트↓)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수출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유다.
양주영 실장은 “반도체 및 전자기기,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주력 수출품들은 주요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아 수출 전반의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라며 “전 세계 수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안정성 있는 수출 바스켓(바구니)과 수출 증대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성립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넘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 포트폴리오(Portfolio)를 하루빨리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주영 실장은 “수출 바스켓 중 수출국의 정세 및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높은 품목의 비중을 끌어내리고 변동성이 낮은 품목 중 현재 수출액이 많지 않은 품목을 주력 수출 품목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 세계 5위 수출국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연초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저성장 터널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우려에 직면했다.
내수 부진 속에 고용이 내리막 추세를 보이고 수출도 증가세가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액은 491억 2,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3% 감소했다. 지난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작년 12월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 기록을 이어왔으나 1월에 그 흐름이 멈춘 것이다. 고환율이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월 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1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한 2.2%였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의미다. 내수, 환율, 수출, 물가, 고용이 줄줄이 비상이다. ‘관세 공격’에 여념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더십 부재의 탄핵 리스크까지 겹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 버틸 여력이 있을지 의구심마저 나오는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 상황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4일 중국을 겨냥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전쟁의 본격적 서막이 올랐다.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 내 생산 감소로 우리나라 대(對)중국 수출의 85.9%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 2월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총액(6,838억 달러) 가운데 중국(1,330억 달러 │ 19.45%)과 미국(1,278억 달러 │ 18.68%)이 차지하는 비중은 38.13%(2,608억 달러)였다. 대(對)중국 수출액이 가장 많았고, 대(對)미국 수출이 뒤를 이었는데, 지난해까지 대중 수출 증가율은 줄고, 대미 수출 증가율은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에 따라 대(對)중국·대(對)미국 수출 격차는 52억 달러로 2003년(9억 달러) 이후 차이가 가장 좁혀졌다. 당연히 미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인 한국도 관세 폭탄의 타깃(Target)으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는 경우 우리의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특정 시장과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수출 구조의 약한 고리가 여지없이 노정(露呈)된 셈이다. 산업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보편관세로 인한 시나리오별 제조업 대미 수출 감소 효과는 -9.3%∼-13.1%에 달하고 개별 산업의 편차는 더욱 크게 추산된다. 시장규모효과와 수출국 간 대체효과를 합한 총 효과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제한적인 우리 경제의 최대 성장 엔진은 무엇 무엇해도 오직 수출뿐 이다. 경제성장 여부가 사실상 수출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천수답(天水畓)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민(民)·관(官)·정(政)이 수출 시장 다변화(多邊化)와 수출 품목 다각화(多角化)에 총력전을 펼쳐야만 한다. 정부는 통상 외교력을 총동원해 아세안·인도·중동·중남미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야 할 것이다. 또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방산·원전·바이오 등 차세대 품목을 육성해 미래 수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조선 외에도 반도체·인공지능(AI) 등으로 미국과 산업 협력 분야를 넓히는 ‘윈윈(Win-win) 방안’을 패키지로 제시해 우리 수출 산업을 고도화(高度化)하는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202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또 수출 기업들에 대한 족쇄처럼 채워진 무거운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사슬’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에 가일층 속도를 내고 세제·금융 등 전방위 다층적·다각적 지원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조속히 실행으로 답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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