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부작용 대비책 강구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9-16 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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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한국은행이 고물가 고착화(固着化)를 막기 위해 경기둔화를 감수한 채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특단(特段)의 조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동안 7번의 인상으로 2.00%포인트나 뛰었고, 결국 2.50%로 올라가 미국의 기준금리(2.25~2.50%) 상단과 같아졌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오는 9월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대폭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금리는 재차 역전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연준(Fed)은 내달에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준(Fed)) 의장은 지난 8월 26일(현지 시각) ‘잭슨홀 미팅’에서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 고통을 가져오겠지만 물가가 통제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둔화를 심화시키고 대출 이자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왜냐면 기준금리 인상은 ‘무딘 칼’로 수술을 집도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가를 올리는 요인만 도려낼 수 있는 정교한 메스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침체를 불러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것은 물가를 잡는 것이 경기침체보다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금의 현실은 역대급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이 되어 옥죄어 오고 있다. 고물가(6.3%)·고금리(2.50%), 고환율(1,345원)의 ‘트리플(Triple) 악재’가 위기 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뜩이나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더 떨어지고 일자리는 더 줄어 하루하루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일용직 등 서민들을 비롯해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금융 취약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3개월 새 더욱더 나빠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했던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5월 전망치 4.5%보다 5.2%로 0.7%포인트 높였다. 5%대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98년 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2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지난 7월의 86.9보다 2.8포인트 상승했고, 향후 1년 물가 상승률 예상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3%로 매우 높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8월 23일 1,345원대로 올라서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지만, 지금은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비용이 더 많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3.9% 늘어난 334억2,400만 달러인데, 수입은 22.1%나 급증한 436억4,100만 달러다. 이번 달에도 20일 현재 102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며, 올 누적 적자도 254억7,000만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환율시장의 안전판인 외환보유액 마저 쪼그라드는 추세다. 7월 현재 외환 보유액은 4,386억 달러로 전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의 4,692억 달러 대비 6.6%인 306억 달러나 줄었다.

더 큰 문제는 ‘3고(高) 1저(低)’의 ‘악순환’이다. 이른바 ①고환율 → ②고물가 → ③고금리 → ④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固着化)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왜냐면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 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여 고물가를 이루고, 한국은행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어 고금리를 이루고, 고금리는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서 저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고환율은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방아쇠로 작용할 공산이 클 뿐만 아니라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하는 때에는 역외의 투기적 거래 확대 가능성을 높여 외국인 자본 유출의 부작용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도 환율 방어를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와 가계 부채위험 확대라는 우리 경제에 발등의 불이 되어 있다. 무엇보다 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 8월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5,000억 원에 달한다. 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전체의 이자 부담이 3조4,000억 원가량 늘어난다. 치솟는 금리에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도 7월 말 기준 681조6,744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6.7%인 45조7,865억 원이나 급증했다.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다. 오는 9월 말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금융 지원이 끝날 때쯤 도미노 부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기업 도산은 은행 건전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실업 확대는 가계 소득 및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생산 및 투자 위축 등 경기 악순환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6%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로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총재가 특정 시점에 맞춰 기준금리 폭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위험을 무릅쓰면서라도 물가와 환율을 잡아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작금의 상황을 총체적 경제위기로 인식하고 대응책 강구에 총력을 경주(傾注)해야 한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에 가일층 속도를 내고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해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금리 시대의 충격에 대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S. Phelps)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1950~1960년대 수준의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준(Fed)가 긴축을 통한 경기 연착륙을 꾀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는 여전히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도 규제 혁파와 초격차 기술 확보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도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보완 대책이 화급하다. 서민금융 재원 확대를 통한 채무 조정과 금융 안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 혁신과 투자 활성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기 부양이나 다중채무자 안전판 마련은 정부가 재정과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최우선 임무는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물가를 잡기 위한 보다 더 공격적인 처방을 신속하게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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