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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북문제나 외교문제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국회는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남북 평화정책이나 외교정책이 탄력을 받고 다음 정권에도 그 정책이 계승되려면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국민대표 기관인 국회의 의결은 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준동의는 아무리 국회가 형식적으로 의결하더라도 법률과 동등한 반영구적 효력을 가진다. 여기서 국민주권의 문제가 대두된다.
인민주권은 최종적으로 인민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법률이 된다. 하지만, 국민주권은 국민의 최종승인이 필요 없다. 국회에서 의결하면 추상적으로 국민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국민주권은 추상적 국민이 직접 통치하는 것이 아니다. 주권의 행사는 국민대표(국회 또는 국회의원)가 대행한다. 국민대표는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뜻을 결정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것은 인민대표가 인민 의사에 구속되고 책임지는 것과 대비된다. 국민대표는 추상적 관념적으로 주권자 국민 이익을 생각해 행동하고 선거에서 투표의 결과로 책임을 지면 된다. 국민으로부터 명령적 위임 금지는 당연하다.
결국, 국민주권 원리 아래서는 지역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지역대표가 아니다. 지역대표로 활동해서는 안 된다. 국민대표로서 전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나 지지단체는 국회의원에게 어떠한 명령적 위임을 해서는 안 된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국민대표가 아니라 고작 지역대표인 지역의원일 뿐이다.
이러한 원칙에서 본다면 만약 국회나 국회의원이 나랏일이나 국민의 뜻을 거스른 행위는 국민대표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국민대표는 항상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것을 잊고 위반하면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인민주권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명령 위임이 금지되고 국민 소환제 등으로 국민대표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국민대표의 행동을 직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국민 전체를 경시하는 국민대표의 행동은 선거에서 바로 응징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적당히 에둘러 바람에 편승해 당선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 매체의 발달로 여론조작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최근 몇 년 간의 선거를 보더라도 국민의 눈은 매서웠다. 그러므로 선거가 중요하다.
지금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일시적이 아니라 영원해야 한다. 국민대표 기관인 국회는 그에 대한 비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헌법이 국민주권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해 비준을 하지 않아도 국민은 합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총선에서만 투표로 응징할 수 있다.
이 점을 정치권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통일과 안보, 그리고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적어도 국회의원이 국민대표라고 한다면, 전체 국민의 뜻을 위해서 스스로 합의해야 한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서도 아니고 정권유지나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남북정상회담이 야당에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국회비준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면 국회에서 야당은 이에 상응한 국민대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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