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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그러나 긴 세월 평평하게 흐르는 주가를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러나 실질적인 투자의 기대치로 보면 이 두 장면은 함의가 같다. 드넓은 대지는 언젠가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가로수가 자라고 도로가 생기고 집들이 들어서고 굴뚝이 올라오고 학교와 시장이 들어온다. 주식을 사두려면 장기간 흔들림이 적어야 자산으로서 관리하기가 좋다. 주가는 기업마다 상승 각도가 달라서 그렇지 대체로 보유한 시간에 수익은 비례한다. 그러나 장시간 오르는 동안 주가의 상하 변동이 크면 갖가지 시장주변의 사연에 투자자가 휘둘리게 된다. 그래서 변동이 안정적인 기업을 찾게 되고 그런 기업을 우량주(blue chip)라고 부른다,
주식을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게임을 하거나 단기간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주식은 긴 세월 전혀 매매가 없는 사람들에 의해 지지되고 올라간다. 그들은 대주주들이다. 그들은 경영에 관심이 크고, 직접 아이디어를 키우고 스스로 일하는 힘을 가지려고 한다.
땅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자신의 꿈을 펼치려고 한다. 그러나 소소한 건물을 사려는 사람들은 임대료로 살아가면서 시세 차익을 거두려고 한다. 대지에 거대한 농장을 만드는 사람이나 공장을 짓는 사람이나 바다에 양식장을 만들고 산속에 삼림욕장을 만드는 사람들은 나만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동안 자본주의 사회는 재무이익을 모든 것의 목표로 삼은 때가 있었다. 그래서 모로 가도 돈만 더 생기면 훌륭한 투자기법이었다. 그러다가 만난 사태가 바로 서브-프라임 글로벌금융위기이다. 저 신용등급의 부동산 융자투자가 세기적인 공황을 가져온 것이다. 그 끝에서 미국은 지금 이런 사회에 분노한 사회주의자의 의회 입성을 만나게 되었고, 다음 대선에도 정치의 주제 속에 그들이 그렇게 경멸하던 사회주의 정책들이 고개를 들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제 미국은 국가관리자들이 땅위에 생산시설을 다시 지으려고 한다. 원래는 국민들이 그런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데 상당기간 재무이익을 겨냥한 사회로 만든 대가로 국민들은 그저 눈앞의 이익만 찾으러 다닌다. 결국은 새로이 성장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하러 오도록 권유를 한다. 또 자신들에게 물건만 팔려는 중국 같은 나라에게는 시장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금 미국으로 많은 기업들이 땅을 보러 간다. 그곳에 공장과 창고와 연구소를 지으려는 것이다. 이런 실물투자가 미국에서 일어나는 것은 실로 50여년만의 일이다. 오일쇼크가 있던 1970년 대 이후 미국은 공장을 짓거나 생산시설을 만들기보다 해외생산이나 정유사업을 하거나 유통업이 자라고 물류업이 생기고 그 연장에서 정보산업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구글 페이스 북 아마존 등이 생겨났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는 미국은 초 지능적인 자율생산 시설이 주역이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드는 또 하나의 실물투자는 도시의 거대한 초 지능적인 자율도시 기반의 초고층 건물이다. 이 두 자산의 투자자들은 다 같다. 바로 거대한 자산가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기업가 집안이다.
소비자나 이용자의 사회네트워크 서비스망에서 시작한 정보화 사회는 이제 정보화자산으로 거대한 자산들의 생산 가치를 창조하고 작동시키는 방향으로 양분화하고 있다. 사회 망에서의 지능정보는 점점 제로페이나 가상화폐나 포인트처럼 직접적인 화폐지불의 부담을 줄이는 정보기술로 발전하여 사실상 소비자가 현금자산을 모으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현금자산이 없으면 금융시장의 유동성 변동이 나와도 개인들은 위험을 막지도 못하지만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되지도 못한다. 바로 자기앞 수표로 중소기업이 부도에 허덕이고, 가계수표로 가계가 더 부실해진 과거가 말해주는 비극이 사이버금융에서 생기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삶은 실물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업은 생산이다. 실물이 있고 생산이 있는 가문은 국가에 힘이 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이나 가상시장이나 임대시장에서 수익형 자산만 관리하는 사람들은 거래비용과 수수료, 세금에 녹는다. 매매가 더 편리해지면 더 소리 없이 총 거래비용이 늘어난다. 세금은 그 거래자료를 물속처럼 들여다본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숱한 변동매매는 잘 도와도 미련한 장기보유를 돕지는 못한다. 그런 연구는 지식의 초과편익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미련한 투자는 소신이자 철학이고 그의 인격이다. 필립 피셔란 주식투자가가 있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투자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주식을 작고 직전인 2005년에 팔았다. 그에 앞서 같은 해 사두었던 모토롤라 주식을 2000년에 팔았다. 하나는 의사의 권유로 자산정리 차원에서 팔았고 하나는 당시 인터넷주식의 과열투자 붐인 닷컴 버블을 걱정한 정부의 권유로 팔았다. 당시 두 주식에서 천문학적인 보유수익을 남긴 그가 남긴 명언은 이렇다. “정말 잘 사둔 회사의 주식은 평생 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토지의 사유화 나라이다. 그러나 토지가 없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자본주의 나라이다. 그러나 사업체가 없는 가정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이로 인한 빈부격차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만지작거린다. 사회주의는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땅이 없고 경영주식이 없는 가정들이 많으면 사회적 불만이나 현실타파의 출구로 사회주의는 미상불 하릴없이(be obliged to) 고개를 든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실물투자를 늘리는 것은 생산적인 자산의 증가로 자신들이 신봉하고 우리나라에게도 수출한 미국식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건재함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런 환경 만들기를 위해 기업가나 자산가들이 저금리 속에서 이자수입을 낮추고 투자위험도 줄이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동안 미국은 또 더 많은 땅과 주식이 기업가 가문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지금 역사적인 저금리로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경영평론가/국제미래학회 미래경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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