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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 1,0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315조 753억 원 대비 2.87%인 9조 318억 원이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 5개월간 무려 4조 6, 135억 원이나 증가했다.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도 올해 1분기 말(3월 말) 기준 1조 3,56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7% 급등했다. 시야를 넓혀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면 대출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나이스(NICE)평가정보’에서 지난 21대 국회에 제출한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335만 9,590명이 보유한 대출(가계·사업자 대출)은 1,112조 7,400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개인사업자 209만 7,221명, 대출금 738조 600억 원과 비교하면 대출사업자는 60%, 대출금은 51%나 급증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 돌려막기도 사실상 봉쇄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고금리·고물가가 영세 자영업자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외식이나 식재료 구매를 줄여 고정비용 등으로 인한 적자만 쌓여가는 암울한 실정이다.
이렇듯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울부짖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관련 경제 지표는 그것이 엄살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 5월 28일 금융위원회가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지만 1차 회의에서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거의 전부일 뿐 정부 차원의 대응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이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전기 대비 1.3%)를 발표 당시, 기획재정부는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을 보였고 내수가 반등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계소득 부진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까지 겹쳐 민간 소비 부진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31일 발표한 ‘2024년 4월 산업활동동향’ 조사에서 재화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1.2% 감소했는데 2023년 3월 이후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오직 두 달을 제외하고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교해 3.4% 하락, 4월엔 2.6% 하락했다.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9.5%로 2022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핀테크 업체 핀다의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 6,258개로 폐업률이 21.5%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2년 평균치인 15%보다 6%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폐업 절차를 밟는 데 큰 부담이 따라서 적자인데 폐업도 함부로 못 한다는 자영업자들의 울부짖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연체율 급등은 가계나 자영업·소상공인의 위기 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한꺼번에 부실이 터지면 곧바로 사회적 혼란과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최저임금 인상 자제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경제 활력을 높이는 지름길이자 첩경이 될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내수 불황이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하류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 소비는 1.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데 이렇게 되면 지금의 내수 부진은 올 한해 계속될 전망이다.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다는 의미다. 침체한 내수를 끌어 올릴 특단의 비상한 내수 진작책이 긴요하고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식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실핏줄인 700만 자영업자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주체다. 그러나 고질적 공급 과잉 상태가 이어져 온 게 작금의 현실이다. 자영업이 무너지게 되면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등 선별 지원책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 물론 무분별한 탕감 등 도덕적 해이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업형 성공 자영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 진흥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도 있다. 근면하고 성실한 자영업자는 최대한 구제 하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는 채무조정과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신용정보 면제, 소액 채무 즉시 면책, 금융 지원으로 전·폐업을 유도하고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알선하는 등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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