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취약계층에 더 높은 금리 역설적 구조, 금융 이름으로 고통 강요 없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9-19 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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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던진 발언, “금리 15%가 어떻게 서민 대출이냐. 금융이 가장 잔인한 영역 같다.”라는 지적과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올리면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그만큼 낮출 수 있다.”라고 한 제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금융 취약계층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떠안아야 하는 역설적 구조가 우리 사회의 민낯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으로 연간 30조~40조 원의 고수익을 챙기고 있다. 초우량 고객에게는 3%대의 대출을 내주면서, 생계에 쫓겨 돈을 빌려야만 하는 서민에게는 15% 가까운 고금리를 강요한다. 이것이 과연 ‘금융’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이는 사실상 합법화된 고리대금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에게는 “당신은 위험하니 고금리를 적용해 더 비싼 이자를 내라”라고 하고, 고신용자에게는 “당신은 안정적이니 저금리를 적용해 더 싸게 빌려주겠다.”라고 한다. 하지만 위험은 금융회사가 관리해야 할 영역이지, 개인에게 전가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금융은 단순한 돈놀이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금융 포퓰리즘(Populism)’이라 치부하고 금융의 기원은 상대방과의 신용을 바탕으로 금전을 주고받는 것이라며 일반 상거래에서 신용도 높은 거래처에 판매 단가를 낮추거나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은행에서는 신뢰성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산정된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신용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산정하는 게 자본시장 원칙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평점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76%이지만 신용 평점이 낮게 나올수록 대출 금리는 최대 8%대까지 올라간다. 900점을 초과하는 차주는 4.39%, 801~900점은 5.31%, 701~800점은 6.25% 등이다. 501~600점 차주의 평균 대출 금리는 8.28%다.

대통령이 제시한 “초우량 고객에게 0.1%포인트만 더 부담시켜 서민 대출 금리를 낮추자.”라는 제안은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공동체가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독점적으로 운용하는 이상, 금융은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금융권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져야 마땅하다. 이런 측면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16일 ‘원내 대책 회의’에서 “저소득자에게 고금리는 역설적”이라 전제하고,“저신용·저소득 서민은 높은 금리를, 고신용·고소득 계층은 낮은 금리를 누리고 있다.”라며, “금융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경제 정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얄팍한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구조적 해법이라며 차등 금리를 복지정책처럼 포장하면 신용 질서가 뒤흔들리게 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지난 9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연체 기록이 삭제된 금융권 채무자 셋 중 하나는 다시 연체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용사면 조치로 연체 기록이 삭제된 286만 7,964명 가운데 올해 7월까지 1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채무자는 39만 6,612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1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총 16조 6,41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신용 사면을 받은 286만 7,964명 중 33%인 95만 5,559명이 다시 연체 기록을 남겼다. 이들이 갚지 못한 대출금은 28조 5,160억 원, 1인당 4,283만 원에 이른다. 새 정부도 올 연말까지 5,000만 원 이하 채무자 약 324만 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 단행을 앞두고 있는데, ‘버티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성실 채무자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셈이라 정부의 반복적인 신용 사면이 실효성은 떨어지고, ‘모럴 헤저드(Moral hazard │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한편 금융 취약층의 필수적인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은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정부든 추진해 온 정책이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금융 약자의 경제적 기회를 넓히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득·자산의 불평등이 커지고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 소외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하면서 주요 20개국(G20)과 주요 국제기구 역시 포용금융(Financial Inclusion)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포용금융은 마땅히 지향해야 할 정책 목표지만 제도가 잘 설계되지 못하고 일방적인 시혜성 복지정책으로 접근할 때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취약층의 자립 기반을 무너뜨릴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설명만으로는 포용금융 취지와의 괴리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저소득층의 금리 부담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역진성(逆進性) 해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신용자일수록 상환능력은 약한데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채무 불이행 위험만 높아가고 악순환에 빠진다. 단기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에게 합리적 금리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 금융 확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제도적 안전망 보완이 급선무(急先務)다. 금융이 더 이상 서민의 목을 조이는 ‘잔인한 영역’으로 남아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서민이 빚의 굴레에 짓눌리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사회적 기여라는 본래의 책임을 다하고, 정부가 제도 개선을 주도할 때 비로소 ‘금융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 차원의 재정지원과 함께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높여 취약계층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지원책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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