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짙어지는 ‘뱅크데믹’ 암운, 튼실한 금융 방파제 선제 구축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3-04-01 14: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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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특정 국가의 은행 부실이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서 시작돼,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으로 무너뜨린 은행 위기의 공포가 지난 주말에는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DB)까지 덮치며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도이체방크의 부도 가능성을 뜻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가 8.3% 넘게 치솟으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 3월 24일 장중 한때 14.9% 폭락한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 3월 27일 6.15% 오르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어 안심하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특별한 부실 징후가 없는 대형 은행까지 표적이 된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마치 코로나 팬데믹처럼 은행 위기 공포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뜻에서 ‘뱅크데믹(Bankdemic  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데믹(Bankdemic)이라는 은행을 뒤덮은 침울한 구름이 자본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뱅크데믹(Bankdemic)’으로 휘청거린 도이체방크(DB)는 이번 위기에서 파산하거나 합병된 은행들과는 차원이 크게 다르다. 총자산만 1,870조 4,000억 원(약 1조 3,370억 유로)으로 실리콘밸리은행 2,090억 달러(271조 7,000억 원)의 6.88배나 되며, 크레디스위스 5,310억 스위스프랑(750조 7,000억 원)의 2.49배에 달한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으로 지정할 정도이며 금융안정위원회(FSB)가 평가해 매긴 등급도 도이체방크(DB)가 크레디트스위스(CS)보다 한 등급 더 높다.

도이체방크(DB) 주가가 출렁인 데는 은행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DB)는 57억 유로(약 7조 9,700억 원)에 이르는 순익을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실적을 거뒀다. 유형 자본수익률(ROTE)이 마이너스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와 달리 도이체방크(DB)는 7~8%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1개 월 간 순 현금 유출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도 142%에 이르러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전격 인수되면서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인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우발전환사채)의 지급 책임을 지지 않고 상각 처리하는 바람에 채권 22조 원이 휴지 조각이 되자, 코코본드 비중이 높은 도이체방크(DB)로 불신의 불똥이 튀었다. 헤지펀드(Hedge fund  국제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해 단기 수익을 올리는 자금)들이 시장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은행주 하락에 집중적으로 베팅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글로벌 은행 위기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주로 투자한 자산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였다. 도이체방크(DB)는 재무 건전성이 탄탄한데도 시장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이번 위기 앞에선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없는 셈이다. ‘디지털 뱅크런(Bank run  대량 예금 인출)’에서 보듯 공포의 확산 속도 역시 빠르다. 40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는 데는 이틀, 167년 전통의 크레디트스위스(CS)가 몰락하는 데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면밀하게 살피고 위기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액션 플랜(Action plan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등 ‘블랙스완(Black Swan  예측 자체가 어려워 대응 곤란) 형 위기의 확산’에 대비한 만반의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만 한다.

‘뱅크데믹(Bankdemic)’ 전염 가능성에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지난 3월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기준 국내 은행권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금융지주 19조 5,000억 원과 은행 12조 원으로 모두 3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당장 영향은 적다지만 투자 심리가 불안해지는 경우 자본 확충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가뜩이나 한국 금융 시스템엔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태다. 비(非)은행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의 부실 우려는 갈수록 커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비(非)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 7,000억 원 규모로 2018년 말 94조 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2022년 9월 말 8.2%까지 2배 이상 높아졌다. 분양이 안 돼 대출 회수가 지연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도 115조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야말로 뇌관 중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749조 3,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이미 거대하게 부풀어 있다. 지난 3월 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전세보증금 포함 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가 2,925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과도한 가계부채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불 속 앞의 섶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3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1년 새 2배 늘어나 61만 5,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고위험 가구’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자산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즉,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해 부실 위험이 큰 가구를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고(高)DSR 차주의 대출잔액이 많고 취약 차주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점진적인 DSR 규제 안착을 통하여 ‘가계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축소)’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금융불안지수(FSI)’도 지난 2월 기준 21.8로 집계됐다. ‘금융불안지수(FSI)’는 22 이상일 때 ‘위기 단계’로 보는데,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직후에 23.6을 기록한 이후 5개월째 ‘위기’ 수준이 이어져 왔다. 지난달 간신히 ‘위기 단계’ 기준인 22보다 낮아졌다지만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회사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지난해 3분기 46.6에서 4분기 44.6으로 낮아졌다.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 불균형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41.1)을 웃돈다.

이처럼 짙어지는 ‘뱅크데믹(Bankdemic)’ 암운의 그림자가 도처(到處)에 널려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일련의 위기는 공포의 확대, 예측 불가능, 급속한 전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염병과 흡사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잠재된 위기가 현실로 봉착할지 알 수 없다. 지금 목도되는 국제 금융시장의 이변과 출렁거림이 부지불식(不知不識)간 쓰나미로 들이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금융 리스크(Risk) 전이(轉移)’에 대비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이 과도한 불안에 휘둘리거나 휘말리지 않도록 위기 징후에 대한 빈틈없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나아가 은행 부실 및 파산에 대비하여 금융시장의 안정과 예금자 보호를 위해 22년간 묶여있는 5,000만 원의 보험금을 1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한 신뢰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촘촘한 금융 방역망을 서둘러 짜고, 튼실한 금융 방파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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