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역대 최대 728조 ‘확장 예산’ 나랏빚도 142조 증가, 구조개혁 나서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9-05 14: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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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재명 정부가 ‘성장과 회복’을 내세우며 그동안의 건전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성장을 견인할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방향을 선회한 가운데 단순한 ‘확장적 재정 운용’이 아닌 ‘전략적 재정 운용’이라고 강조하며 사상 처음 예산 총지출 700조 원대의 슈퍼예산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026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 673조 3,000억 원보다 54조 7,000억 원(8.1%↑) 늘린 728조 원으로,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 651조 6,000억 원보다 22조 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 2,000억 원으로 편성한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오는 9월 3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나라 곳간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수입보다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민생을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예산안은 정기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확정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도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으로 초(超) 혁신경제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에 집중 투자를 하고, 낭비성·관행적 지출 등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통하여 성과 중심으로 재정을 운용할 계획이라 했다. 또한,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재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신산업 혁신, △지방 거점 성장 등 초 혁신 아이템을 발굴해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에 가장 많은 269조 1000억 원을 배분하고 이어 △일반·자치행정(121조 1000억 원) △교육(99조 8000억 원) △국방(66조 3000억 원) △연구개발(R&D·35조 3000억 원) 순으로 지출한다. 이렇듯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재정을 성장을 뒷받침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는 이해가 되고 설득력이 있는 면이 없지 않다. 실제 미래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린 점은 이를 방증(傍證)한다. 인공지능(AI)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려 10조여 원으로 책정했고 연구개발(R&D) 예산(35조 3,000억 원)은 사상 최대치다.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도 지출 증가율 8.1%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건전재정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3년의 연간 평균 증가율 3.5%의 2.5배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내년에만 ‘적자 국채’를 110조 원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과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분야 예산을 3배 이상 늘리고 AI 대학원을 24개로 늘려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 밑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예산을 10조1000억 원으로 3배 늘렸다. 중점 투자 분야는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72조 원), △모두의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175조 원), △국민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30조 원) 등으로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과 연계하여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뒷받침하고, 새 정부 핵심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을 지원한다. 특히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29조 6,000억 원에서 35조 3,000억 원으로 19.3% 늘어난다. 총지출 증가율 8.1%의 2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인공지능(AI) 로봇, AI 자동차 등 피지컬 AI 중점 사업에 4, 862억 원을 신규로 투입하기로 했다. AI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도 올해 7,000억 원에서 내년 1조 4,000억 원으로 2배나 늘린다. AI 기술 개발과 확산에 필수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5,000장을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 2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구조적·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 13조 8,000억 원 규모의 1차 차 추가경정예산과 새 정부가 들어선 지난 6월 30조 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등 4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집행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가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전반적인 여건은 더 나빠졌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로 기준금리를 당장 추가로 낮추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 말마따나 국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혁신 성장과 민생회복의 두 토끼를 잡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들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나랏빚’도 더욱 늘어난다는 점이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올해 49.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엔 51.6%로 늘어나고 2029년엔 58%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예상했다.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평균 70%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다소 여유가 있다.

건전재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재정 상태가 좋아야 경제도 안정되고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건전재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긴축과 부자 감세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 3년간 한국 경제는 멈췄고 민생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새 정부의 확장 예산이 청년과 기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듬으며, 혁신 성장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계기가 돼야만 한다. 문제는 나라 살림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1,400조 원을 넘고, 2029년에는 1,8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세수로는 이를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재정 안정성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 늘어난 빚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수입은 내년 674조 2,000억 원에서 2029년 771조 1,000억 원으로, 총지출은 내년 728조 원에서 2029년 834조 7,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는 내년 1,415조 2,000억 원에서 2029년에는 1,788조 9,000억 원에 달해 올해보다 510조 원이나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내년에 51.6%를 기록한 뒤 2029년 58%에 달한다. 지출 규모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내년 정부 총지출은 향후 5년간 연평균 5.5%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지난 정부 3년간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2.5~5.1%였던 것과 비교 할 때 ‘확장 재정’ 기조는 선명도가 뚜렷하다. 정부는 저성장과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 재정 기조는 불가피한 입장이다. 앞서 지난 8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너무 재정 건전성만 유지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하는 측면도 있다.”라며,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성과를 내면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답한 바 있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관건은 재원이다. 5년간 늘어나는 지출에 비해 세수 증가율은 더디다. 세수는 연평균 4.6%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또 내년 조세지출(국세감면액)은 80조 5,000억 원으로 처음 80조 원 선을 넘어선다. 재정지출(728조 원)까지 합치면 정부의 내년 실질적 씀씀이는 808조 원에 달한다. 더구나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면서 이자 부담마저 커진다. 국채 이자 지출은 2020년 16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26조 8,00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이 된다. 특히 내년 국채 이자는 36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6조 원 이상 늘고, 2029년에는 4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공적연금과 지방교부세 등 의무지출이 급증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54%에서 2029년 56% 가까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재량지출 비중은 2029년 44%로 줄어들어 정부의 정책적 선택 여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서 당연히 금리가 오른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유럽의 재정 모범국이었던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4~6%의 재정적자 지속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게 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선 재정 건전성이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예산 확대편성 이유로 “산업 경제 혁신과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 개선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타당한 진단이자 올바른 처방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 부채와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0%대 저성장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적극적 재정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내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확대재정 정책은 필요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한시적으로나마 확대재정 정책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듯 작금의 우리 경제는 극심한 내수 경기 장기침체와 트럼프 발(發) 관세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내년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1.8∼1.9%)에 못 미치는 1.6%에 그칠 것으로 한국은행이 전망하고 있는 만큼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재정확장 기조가 지속해 이어지는 경우 현 정부 임기 말이면 유럽연합(EU)이 제시한 비(非) 기축통화국 재정 건전성의 ‘바로미터(Barometer │ 평가 기준)’이자 ‘마지노선(Maginot 線)’으로 간주하는 ‘국가채무 비율 60% 선(線)’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으로 나라 곳간을 축내는 선심성 예산을 샅샅이 걸러내야만 한다. 내핍과 고통 분담의 자구책인 구조개선의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잠재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총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재정지출은 한번 늘어나기 시작하면 줄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21년 안일환 전 기재부 차관이 재정 수입과 재정지출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악어의 입’이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돈만 쏟아붓는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올해 두 차례 추경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에 머물고 있는데 다 제조업 둔화와 내수 침체의 탈출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관세전쟁으로 수출 전망마저 어둡고 암울하다. 재정의 적재적소 효율적 집행과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만 성장으로 연계된다. 여기에 규제 완화, 제도 개혁 등이 당연히 뒷받침돼야만 한다. 씨앗을 아무 곳에나 뿌려댄다고 다 수확할 수 없다는 엄연한 진리를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결론은 재정지출을 늘리되 가급적이라면 생산적인 지출 중심으로 늘리고 선심성 지출은 줄이면서 재정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 담보하는 것이 핵심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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