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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강력한 국가주권이 만든 국경이란 개념이 허물어진지 오래다. 무역 발달로 인한 물자의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경에서 주권국가로서 통제와 간섭이 줄었다. 이로 인한 유럽연합(EU)이라는 지역통합 또는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국가로부터 이탈이 가속되었다.
한편, 지금까지 국가는 중앙정부와 국민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이하, 자치단체)라는 중간체를 만들어 주권국가로서 강력한 중앙집권 형태로 국민을 통치했다. 여기서 자치단체는 단순히 중앙정부의 손에 미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서 행정 처리하는 하위 단체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국가위임사무라는 형태로 복지행정 등 각종 대 주민 사업을 자치단체가 대행해 왔다. 이러한 통치 형태를 흔히 자치행정이라 말한다. 즉, 자치단체는 대행자로서 국가 사무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지금까지 말하는 자치행정의 본질이다.
그러나 현대국가에서는 중앙정부-자치단체-주민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국가주권의 개념이 변화되고 해체되는 과정에 있다. 또한, 기술발전과 함께 4차 산업시대의 산업구조에서 현대국가의 행정은 다양하고 아주 복잡한 구조가 되었다.
그러므로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자치업무는 주민의 자기통치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대형 화재참사의 경험에서 보면 중앙정부는 사전에 아무런 처방전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소방법은 국회에서의 정쟁으로 인해 효과적인 개정을 하지 못한 사이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 밀양 참사가 터지자 부랴부랴 국회는 1월 30일 임시국회가 시작함과 동시에 1년 이상 국회에서 썩고 있었던 소방 관련법들을 개정했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미 국가의 역할이 주민 생명보호 차원에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주민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었다면, 주민들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 안전관리에 철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가가 너무나 당연하듯 많은 분야에서 역할을 강조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치단체보다 중앙정부를 신뢰했다.
현실적으로는 주민 스스로가 안전과 행복을 챙기는 의식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착각하고 방치한 결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소방법만이 아니다. 주택, 도로, 하천 등의 기반시설, 복지에 관련된 병원 및 보건소, 교육 시설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주민이 더 잘 알고 있다.
주민 가운데는 건설과 건축 전문가, 복지나 의료 전문가, 교육 전문가 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의 선전·선동에 현혹돼서 주민은 자기 주변의 소소한 문제까지 국가가 보살펴 줄 것이라고 믿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도 안 하는 방관자가 되었다.
이제 주민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통치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미 주권의 개념이 국가주권에서 자치주권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이를 주권 변용의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하고 지방분권을 확대해야 한다. 현대는 중앙정부-자치단체-주민이라는 수직구조보다 국가주권=자치주권이라는 수평구조가 중요시되는 패러다임 전환시대이다.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자치단체가 주민을 수직적으로 통치하기보다 주민 스스로가 수평적으로 통치하며 자치정부로 구성돼야 한다. 이로써 주민은 자기의 책임을 지고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한편 경제에서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는 도약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자치주권을 향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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