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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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그동안 정부는 “원화뿐 아니라 주요국 통화가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애써 설명해 왔지만, 지난 달인 8월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8월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5.9%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로화(-1%), 파운드화(-4.1%), 캐나다 달러(-1.4%), 호주 달러(-1.3%) 등 선진국 통화에 비해선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위안화(-2.7%)에 비해서도 원화의 통화가치 하락 폭이 무려 2배 수준에 이른다. 더욱 큰 문제는 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미세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 │ Smoothing operation)만으로 ‘달러 매수·원화 매도’ 쏠림 현상의 큰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점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 1,800조 원에 발목이 잡힌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만큼 기준금리를 미국의 인상 폭에 따라 올리긴 힘들고, 그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과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4% 선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그에 따라 강(强) 달러 현상이 심화되면 환율이 1,500선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외에는 이런 수준의 고환율을 경험한 적이 없다. 환율 급등은 물가를 끌어올려 취약 계층의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키고,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낳아 더 큰 금융 불안을 촉발한다.
환율 방어를 위해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나 9월 1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 달러와 원화 교환 계약)’ 체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최상목 경제수석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가 논의되거나 체결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논의될지는 정상 간 만나야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정상 간 말씀을 나눴고, 재무장관 간 회담도 있었던 데다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협정을 체결하고, 상대방의 통화를 약정된 환율로 거래하는 계약으로,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축통화국(Key currency)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작년 말로 종료됐다. 환율 불안이 커지자 미국 측의 무관심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그동안 낮게 평가돼왔던 통화스와프에 정부가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더욱이 이번 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또는 1.0%포인트의 ‘울트라 스텝(Ultra step │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으로 2.25∼2.5%인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인 한국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킹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 현상이 더욱 심화해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 기회를 노린 환투기 세력이 끼어들어 환율 상승을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달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까지 고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통화스와프의 주체는 양국 중앙은행이어서 이번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바로 나오기는 어렵다. 왜냐면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 사이에 체결돼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국가 정상끼리 원칙에 합의한다면 중앙은행 간 협력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두 정상이 실질적 외환 협력에 합의만 해도 고삐 풀린 환율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한·미 정상은 이미 지난 5월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뤄진 윤석열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하기로 합의했고,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라고 밝힌 바도 있다. 당연히 통화스와프는 그 협력의 핵심에 해당한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긴축으로 촉발된 달러 초강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외환시장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더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위해서도 통화스와프 체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미국 측에 충분히 이득시키고 설득해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한·미 정상의 만남이 빈손으로 끝날 경우 외환시장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차제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 후속 조치도 도출해내야만 한다. 이번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가시적이고 괄목할만한 큰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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