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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단재가 '조선상고사'를 집필하고 발표하던 당시, 일제는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말살해서라도 우리역사를 축소시키고 우리민족의 영토를 축소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당시로는 채 천오백년도 안된 일본의 역사로 일만년 동안 융성한 문화를 누리며 광활한 영역에서 살아온 역사를 지닌 민족을 지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말 자신들의 영토라고는 혼슈와 규슈뿐인 섬나라 일본이 만주라는 대륙을 호령하던 민족을 지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자신들이 먼저 근대화를 이루는 바람에 병탄이 이루어졌으니 그것을 영원히 지속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와 강역을 축소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던 터에 가장 좋은 상대가 바로 고조선이었다. 고조선 역사를 지우고 고구려와 고조선의 연속성만 제거할 수 있다면 역사와 강역을 한 없이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식민사학자들에게 그 일을 시키고 있던 중이다. 마침 사대주의에 깊이 물들어 왜곡된 역사를 기록해 놓은 '삼국사기'가 있으니 그 일은 더 쉬워 보였을 것이다.
일제는 '삼국사기'를 기반으로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를 단절시킴으로써 역사와 강역을 축소시켜 우선은 한반도를 병탄하고 추후 만주를 침략하는 2중 침략방식을 택하고자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나온 역사가 증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자 역시 논문은 물론 책과 칼럼 등의 저술을 통해서 이미 상세하게 밝힌바 있다.
그런데 이미 그 시절에 이런 사실을 간파한 단재는 우리역사 바로세우기에 당신의 모든 것을 던진 것이다. '조선상고사'야 말로 일제에 의해 죽을 각오를 하고 적어 내려간 민족의 혼이다. 친일 사학자들이 일제에 빌붙어 개가 된 채로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호의호식을 위해 식민사관을 만들어 고조선 역사를 묻어버리고,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를 단절시켜 일제가 우리민족을 병탄하고 있는 것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던 그 시간에, 단재는 고조선과 고구려가 호령하던 만주 벌판에서 굶주림에 배곯고 추위에 떨며, 점심 먹을 돈으로는 책을 사고 저녁 먹을 돈으로는 현지답사를 떠나면서 피눈물로 써 내려간 겨레의 얼이다. 민족의 혼인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던져버리고 생의 모든 것을 바쳐 당신의 붉은 피로 써 내려간 육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자신들이 밥그릇에 혹시라도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워서 단재의 업적을 모르는 체 하며, 고구려 건국연대를 기원전 37년에 묶어두고 있는 역사학자들은 식민사학자 이상으로 나라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야 된다.
또한 그들은 입으로는 단재가 위대한 사학자라고 하면서도, 진정 위대한 사학자로 역사에 새겨지는 것이 두려워 단재의 업적을 묻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단재의 '조선상고사'에 기록된 내용들이 공론화 되고 정설이 되면, 이제까지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에 건국된 것을 전제로 쌓아온 자신들의 연구 성과가 백지화 될 것이 두려워서 단재의 업적을 묻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도자기를 굽는 장인이 자신의 선배나 스승이 빚어서 구운 도자기가 자신의 작품보다 훨씬 훌륭한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도자기들은 땅속 깊숙이 묻어버리고 자신의 작품만을 세상에 내 놓아 천하제일로 칭송받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그렇게 얄팍한 수단으로 가릴 수 없다. 땅에 묻었던 그 도자기들이 언젠가 세상에 알려질 때, 그것을 숨겼던 자의 생사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그것을 숨긴 자를 천륜을 어긴 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물론 그의 예술을 바닥에 내 팽개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재가 기원전 190년 전후 몇 십 년이 고구려의 건국연대라고 주장하며 그 건국연대를 바르게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던 대로, 고구려의 건국연대가 바로 잡히고 공론화를 거쳐 우리의 진정한 역사로 정착되는 그날, 지금 자신의 양심을 속여 가며 단재가 왜 위대하고 '조선상고사'가 왜 불후의 역사서인가를 밝히지 않고 숨기려하는 역사가들이 그 꼴을 당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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