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세계타임즈 |
이러한 재원 확보를 위한 국가에 의존하는 주장이 이해가 된다. 지방분권은 무엇보다 재원을 확보해야 실천 가능한 문제다. 돈 문제를 빼놓고 아무리 이상적이고 훌륭한 분권이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정부는 서울처럼 재원이 넉넉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원을 국가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주민 자치의 질을 높이고, 지방정부가 최대한 주민을 위한 지방분권을 이룩하려면 재원 확보가 선결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주민은 역할은 무엇일까. 지방자치의 주역은 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도 아니며 자치단체의 직원도 아닌 주민이다. 그런데 지방자치의 현실에서는 주민이 주역은커녕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에서 주민은 지방선거 이외에는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열성적인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면 거의 “방관자”처럼 주민은 스스로 주역이 되길 거부한다. 대부분 주민은 자치를 위해 거의 노력하지 않는다.
한편, 지금까지 자치단체 자체도 주역인 주민에게 충분한 자치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재원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나 상급기관에 해서는 아주 충실하지만, 주민은 단순한 행정 대상에 불과하다. 주민이 자치 방관자가 된 것은 단순히 무관심한 주민 탓만도 아니다.
또한,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단체장과 의회를 두고 주민 대신 자치를 하게 돼 있다. 주민은 단체장과 공무원, 의원에게 자치를 신탁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생활전선에서 바쁜 주민은 직접 나서서 자치를 펼칠 여유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특별히 주민 자신들에게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면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단체장이나 직원이 잘 해결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을 한다.
이렇게 주민은 주역으로서 스스로 자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관자를 자처한다. 그러므로 주민에게 재원 확보라는 짐을 지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지방정부를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강요한다면 누가 표를 찍겠는가. 그래서 주민을 설득해 득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떻게 하든 중앙정부의 돈을 많이 끌어오겠다는 공약의 남발이다.
이런 공약은 결국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지만 자치단체장 후보들 사이에는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결국, 국고를 누가 더 끌어오느냐가 주민에게는 선거 주요 관심사가 된다. 이러한 행태는 지방선거 본선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공천이 걸린 예비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민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치에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지방분권 시대에는 적극적 주민 자치가 주민의 경제적 이익에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스스로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애착을 가지고 서로 연대해서 협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되기 쉽다.
예컨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발전하지 않으면 집값과 땅값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주민의 재산 가치는 더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가 남의 일이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자치단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근 자치단체에 흡수 합병되어 자신의 지역이 더욱 변두리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지방 구석구석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시대가 아니다. 국고는 한정되므로 무작정 지방분권을 위해 재원을 공평하게 나눠주질 못한다. 어쩌면 국가가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속내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재원확보에 나서라는 뜻일 수도 있다. 지방분권이란 주민이 자치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잘 산다는 뜻일 것이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저작권자ⓒ 대전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