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물론 대부분 의원은 철저한 조사에 따라서 국정조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기 영합이란 유혹에 국회의원은 빠지기 쉽다. 현실에서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기획폭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의정활동으로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을 가진다. 책임을 지지 않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은 주권자 국민주권을 먼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영국에서는 프랑스와 달리 인민주권과 국민주권 문제가 아니라 의회주권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주권의 국민을 경험적, 실질적인 개인의 집단이 아니라 추상적 총체로써 인식했다. 인민주권의 인민은 현실로 존재하는 구체적 개인 집단이다. 국민주권은 선출된 국민대표라는 매개체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지만, 인민주권은 필연적으로 개인으로서 인민의 직접적 주권행사가 정당화된다.
결국 프랑스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국민주권 논리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국민주권 아래서는 국민의 명령적 위임에 구속되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다. 국민주권은 국민대표 의원이 국민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한다.
이에 대해 헌법 조문을 가지지 않고 경험적으로 관습헌법을 발전시킨 영국에서는 국왕과 귀족원(상원), 서민원(하원)의 주도권 싸움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 영국에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청교도혁명 등 일련의 시민혁명으로 먼저 군주주권이 배제되었다. 하지만 급진적 정치세력도 마찬가지로 배제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회만이 국민의 대표라는 개념이 확립한다. 국민은 의회에서 혹은 의회를 통해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영국의 의회주권이 프랑스의 국민주권과 다를 바가 없지만 보통선거의 확대가 변화를 가져온다. 영국에서 선거권 확대는 산업자본가는 물론이고 노동자(도시, 농업, 광산)를 정치 참가에 허용하면서 국민과 의회제 의의가 크게 변하게 된다.
선거권 확대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당 근대화로 이어졌다. 의원들의 사교클럽에 지나지 않았던 영국의 정당이 본격적인 정책 정당으로 발전한다. 정당을 매개로 해서 국민의 의사가 의회에 반영하는 민주주의 루트가 확립한다. 그리고 의회와 민주주의가 결합해 의원의 역할이 크게 바뀌게 된다.
선거권 확대로 인해 유권자 수가 증가하면서 의원은 일일이 개별 유권자를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다. 유권자는 의원의 정책보다 정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의원은 정당에 소속됨으로써 유권자를 대변한다. 법적 주권은 의회에 있고, 정치적 주권은 국민에 있는 형태다. 의원은 국민의 지지로 구성되는 정당에 구속되어 사실상 명령적 위임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의회주권은 인민주권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것은 의회가 유권자의 통제 아래에 놓이고 유권자 국민은 영국식 정치적 주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 현실로 2016년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찬성한 국민투표 결과인 브렉시트(Brexit)를 들 수 있다. 국민주권이 확립된 프랑스도 인민주권 요소가 혼합된 반(半)대표제로 현재 전환한 상태다.
이처럼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회는 결코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은 독자적인 의정활동이 가능해도 주권자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도 탄핵당하는 현실에서 국회만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이 국민주권 핵심이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저작권자ⓒ 대전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