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중국인들은 그들의 사서를 통해서 우리 민족을 예족 혹은 맥족이라고 칭했으며 때로는 예맥족이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신채호에 의하면, 옛 중국이나 북방의 족들과 이웃한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우리 선조들은 자신을 ‘부루’족이라고 불렀다.
‘부루’는 본래 ‘불’의 음역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단계에서 받침을 쓰게 되면서 ‘불’, ‘발’, ‘밝’, ‘밝’으로 쓰이게 되었다.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檀君)’은 박달나무 ‘단(檀)’자의 ‘박달’과 임금 ‘군(君)’자의 합성어 이다. ‘박달’의 ‘달’은 산의 고어이고 ‘박’은 단군신화의 ‘백산(태백산)’의 ‘백’과 음이 통하여 ‘밝음’의 뜻을 나타낸다.
‘밝’은 우리말에서 겹자음 받침글자 다음에 처음으로 시작되는 글자가 오는 경우 앞의 겹자음의 하나가 발음되지 않는데 따라 ‘박’으로도 발음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박달’은 ‘밝달’을 가리키며 ‘달’은 지명 ‘산’이므로 ‘밝’을 족(族)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의 시초 어원은 ‘부루’임으로 그것대로 표시하면 ‘단군’은 ‘부루족임금‘이 되고, 단군신화 본새대로 하면 ’밝족(박달족)임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중국인들은 저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이 부루(불, 발, 박)족을 맥(貊)족이라 하였다. 그들이 부루족을 맥족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시계고편(毛詩稽古編)'권6 제(齊)에서는 유정의 시 의문에서 이르기를 ‘맥자(貉子)는 맥(貃)인데 맥(貃)의 형상은 맥(貉)과 다른데 생각해보니 맥(貉)과 맥(貃)은 본래 한글자다’라고 하였다.
본래 맥(貉)으로 쓰는데 지금은 맥(貃)으로 쓴다. 음은 맥(陌)이고 북방의 치(豸)의 종류이다. 그 뜻은 짐승의 이름이고 본래 맥(貃)으로 쓰나 지금은 맥(貉)을 차용한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조선족을 맥족이라고 부른 것은 어떤 한자를 쓰던 간에 조선족의 본래 모습인 밝고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들에 비해서 문화가 앞서고 국력이 앞서가는 부루족의 나라들을 짓뭉개 버리려고 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맥(貊)’자의 음부 ‘백(百)’은 족명 ‘박(부루)’에서 음을 취한 것이다. 여기에 다른 족을 천시하여 발 없는 벌레나 짐승을 가리키는 ‘치(豸)’자를 붙여서 만든 것이 오랑캐를 가리키는 ‘맥(貊)’자이며 심지어는 담비나 오소리를 가리키는 맥(貉)자를 사용하기도 한 것이다.
이 ‘맥’자의 ‘한(漢)’음은 ‘박’이었고 오늘날 ‘맥’이라고 하는 것은 오나라 사람들의 말에서 온 것이다. '일본 대사전'에서 ‘맥’의 한음이 ‘박’이었다고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즉 밝음을 상징하는 민족을 오히려 벌레나 짐승을 상징하는 족명을 사용하여 격하시켰던 것이다.
한편 ‘한(韓)’에 대한 기록은 ‘예’보다 퍽 뒤늦은 시기의 기록에서부터 전한다. 당나라의 주석가 안사고가 '한서'권1의 ‘맥’에 대한 주석에서 ‘삼한(三韓)의 족들은 다 맥 종류다’라고 하여 삼한과 ‘맥’을 같은 족으로 보았다.
또한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 권28에서는 ‘맥(貊)('설문(說文)'에는 북방의 나라이며 치(豸)의 종류라고 하였다. 본래 맥(貉)이라고 쓰며 치를 따르고 각성(各聲)이다. 사고가 말하기를 맥은 동북방에 있으며 삼한(三韓)의 무리이고 또는 축륜(縮綸)이라고 하니 즉 륜승(綸繩)이다. 견사(牽絲)라고 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여기에서의 삼한은 중국의 동북방에 있다고 했으니 고조선의 삼한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 절에서 논한 바와 같이 고조선이 삼한, 즉 세 개의 조선으로 이루어진 연합국이라는 것을 뒷받침 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삼국지' 「위서」 「동전」 한편에 ‘한(韓)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는데, 동쪽과 서쪽은 바다로 한계를 삼고, 남쪽은 왜(倭)와 접경하니, 면적이 사방 4천리 쯤 된다. 한에는 세 종족이 있으니, 하나는 마한(馬韓), 둘째는 진한(辰韓), 셋째는 변한(弁韓)인데, 진한은 옛 진국(辰國)이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반도 남단에 자리 잡았던 삼한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고조선을 이루던 맥족을 삼한의 무리라고 지칭한 것을 보면, 맥족을 한(韓)이라고도 지칭했던 것으로 결국 남쪽의 삼한과 고조선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록들은 고조선의 삼한과 진국을 이루는 남쪽의 삼한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에 관해서는 본 칼럼 뒷부분에서 다시 한 번 다루어질 것이다.
‘한(韓)’이라는 말은 고대 우리민족의 말 ‘하나’의 준말로써 ‘환하다’의 ‘환’과 같이 ‘밝음, 광명’의 뜻을 가진다. 설령 ‘한’이 ‘하늘’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역시 ‘밝음’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부루’의 의미와 동일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 ‘맥’, ‘예맥’은 ‘한(韓)’족 즉, ‘조선(朝鮮)’족인 한민족(韓民族)을 표현한 것으로 중국인들이 저들의 사서를 기록하면서 우리 민족의 선조들을 비하시키기 위한 표현이었지만 같은 민족을 지칭한 것임은 확실하다. 그것을 일제와 식민사학자들이 서로 다른 민족을 표현하는 것처럼 역사를 기록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단일성을 말살하고 한민족(韓民族)의 강역을 한반도 안으로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낸 학설일 뿐이다. 따라서 만주 역사의 시작인 고조선은 한반도 안에서 생활하던 한민족(韓民族)과 동일한 한민족(韓民族) 즉, 조선족이 세운 나라임에 틀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위치 역시 대륙 만주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저작권자ⓒ 대전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